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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시행 30년 만에…‘근로시간’에서 ‘보수’로 적용기준 변경

동사협 0 60 07.08 09:06

‘근로계약서 미작성·사업주 미신고’ 노동자도 보호 길 열려


현재 ‘소정근로 주 15시간 이상’인 고용보험 적용기준이 소득 기준으로 변경된다. 고용형태 다변화에 따른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막고, 실업급여·모성보호급여·직업훈련 등을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하기 위한 조처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의 담은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 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을 보면, 1995년 고용보험 시행 이후 30년 동안 유지됐던 고용보험 적용기준이 소정근로시간에서 ‘실 보수’ 기준으로 변경된다. ‘몇 시간을 일하기로 했는지’가 아니라, ‘노무를 제공한 뒤 얼마를 받는지’가 고용보험 적용기준이 되는 것이다. 고용보험 적용 보수 기준은 향후 시행령을 통해 정할 예정인데, 최저시급에 일정시간을 곱한 액수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자(노무제공자)가 얼마를 받는지는 국세소득 신고내용을 통해 파악한다. 현재는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거나, 사업주가 고용보험 성립신고를 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향후 자신이 고용보험 적용 자격이 있는지를 근로복지공단에 확인하는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통해 고용보험 적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세청에서 구축 중인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와 연계해, 일정 기준 이상 보수를 받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미가입 노동자를 매달 확인할 수 있고, 이들을 고용보험에 직권 가입시킬 수 있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들에게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 실제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사업주가 이들에게 지급한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가짜 3.3%’ 계약 적용 노동자들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를 기준으로 고용보험을 적용할 경우, 계약의 형태나 근로시간을 파악할 필요가 없어져, 근로시간과 소득 사이에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은 프리랜서들도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쉬워진다. 현재 노무제공자들은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 19개 직종만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엔(N)잡러들도 고용보험 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사업장 두 곳에서 주 14시간씩 일하는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각각의 사업에서 소득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합산한 소득이 소득기준을 넘는 경우에는 노동자의 신청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고용보험 급여 지급기준도 ‘임금’에서 ‘실 보수’로 바뀐다. 현재 실업(구직)급여 지급기준은 ‘이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이라, 이직 전 임금명세서를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구직급여 기준을 ‘이직 전 1년 보수’로 변경해, 납부한 보험료(실 보수)에 따라 구직급여액을 산정할 수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통상임금 기준인 육아휴직급여와 육아기근로시간단축급여 지급기준도 보수기준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노동자 보수를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에 따로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해소된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내년 1월부터 사업주가 매달 상용노동자 국세소득을 신고하게 되는데, 고용·산재보험료 징수기준은 근로복지공단에 별도로 하던 월평균보수가 아니라 국세청에 매달 신고하는 당해 연도 실 보수로 변경된다.

이같은 개정안은 지난해부터 노·사·전문가가 고용보험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다. 노동부는 이날부터 새달 18일까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고용보험은 지난 30년간 일자리를 잃은 국민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해왔다”며 “이번에 마련된 개정안은 고용보험이 앞으로 모든 일하는 사람의 보편적인 고용안전망으로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다른 사회보험의 관리체계 개선방향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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