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2024년 위기청소년 실태조사 발표
여성청소년, 남성청소년에 비해 우울감 더 경험
자살 시도 37.3%…'학업문제' 원인 3배가량 증가
"코로나19 지나면서 교육 격차 더 크게 느낀 듯"
17.3%는 디지털성범죄 등 경험…학교폭력 19.7%
위기청소년 10명 중 3명은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우울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21.5%는 자해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성가족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3년마다 실시되는 통계조사로, 2021년 첫 조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경험이 있는 전국 9세~18세 청소년 462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이들의 33.0%는 지난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조사(26.2%) 대비 6.8%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성별로는 여 40.5%, 남 25.6%로 여성 청소년이 남성 청소년에 비해 우울감을 더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을 시도해본 적 있는 위기청소년은 8.2%로 2021년(9.9%) 대비 1.7%p 감소했지만, 자해를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21.5%로 같은 시기 대비 2.8%p 증가했다.
자살 시도의 주된 이유는 '심리불안'이 37.3%로 가장 높았다. 가족 간의 갈등(27.0%), 학업문제(15.0%), 선후배나 또래와의 갈등(8.0%), 미래에 대한 불안(7.0%) 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업문제를 자살 시도의 주된 이유로 꼽은 응답은 2021년(4.7%)과 비교해 10.3%p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호복지연구본부장은 "코로나19 시기에는 비대면으로 교육이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원격 학습 환경 같은 것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위기청소년들이 학습 격차를 더 크게 느꼈을 수 있다"며 "학업 실패가 나중에 본인들이 자립하는 데 어려울 수 있다는 압박감이나 구조적 불안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2024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자료=여성가족부 제공]
은둔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은 25.8%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46.7%였으나, 2024년에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지냈던 기간에 대해서는 '1개월 미만'이 6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1개월 이상~3개월 미만(19.5%), 3개월 이상~6개월 미만(6.9%), 6개월 이상~1년(4.1%) 순으로 조사됐다.
가출 경험에 대한 응답 역시 2021년(32.6%) 대비 4.9%p 줄어든 27.7%로 조사됐다. 집을 나오게 된 주된 이유는 가족과의 갈등이 6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유로운 생활(34.3%), 가정폭력(26.3%) 순으로 나타났다.
가출 후 생활공간은 '친구 또는 선후배 집'이라는 응답이 58.3%로 가장 높았다. 청소년쉼터에서 지냈다는 응답은 30.2%로 2021년 대비 2.7%p 증가했다.
한편 위기청소년의 17.3%는 디지털 성범죄 및 개인정보유출 등 온라인 인권침해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이라는 응답이 54.1%로 가장 높았다. 친구·선후배 등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28.1%였다.
또 19.7%는 친구·선후배 등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15.9%) 대비 3.8%p 증가한 수치다. 성폭력·스토킹 피해 경험률도 6.3%로 2021년과 비교해 2.0%p 증가했다.
부모 등 보호자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은 2021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신체폭력의 경우 44.4%에서 42.9%로 감소했고, 언어폭력도 46.0%에서 44.6%로 줄었다.
위기청소년들의 90.4%는 어렵고 힘들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도움을 청할 주요 대상은 부모님 또는 보호자라는 응답이 73.0%로 이전 조사와 비교해 8.8%p 증가했고, 친구·선후배라는 응답도 70.8%로 나타났다.
위기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지원 서비스는 '일자리 제공(77.0%)'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경제적지원(74.9%), 직업교육훈련·자격증취득(74.6%), 건강검진 제공(74.1%), 각종 질병 치료(72.1%), 다양한 청소년 활동 참여 기회(70.1%) 순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아르바이트를 할 때 업무 내용이나 급여, 근로시간, 휴일 등 내용이 모두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8.0%로 2021년(40.2%) 대비 7.8%p 증가했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상담1388'과 전국 240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자살·자해 및 학교폭력 등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위기청소년안전망시스템을 통해 교육부·복지부·경찰청·병무청 등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활성화해 위기청소년 발굴도 확대할 예정이다.
시설을 퇴소하는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을 위해 월 50만원인 자립지원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라도 퇴소 후 5년 이내 신청하면 5년 동안 지급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5월부터는 자립지원수당 압류방지를 위해 '압류방지통장(행복지킴이 통장)' 개설 서비스를 시행한다.
또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 훈련비 200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훈련비 자부담 비율을 종전 15~55%에서 0~20%로 낮췄다.
자살·자해 등 고위기청소년을 위해 집중심리클리닉 전담인력을 240명 이상으로 확대 배치하고, 위기도가 심각한 청소년을 위해 각 청소년상담복지센터마다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의를 위촉해 약물·입원치료 등 의학적 자문도 병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다양한 청소년 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심리·정서 위기청소년에게 무용·음악 등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황윤정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위기청소년이 고위험으로 가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조기에 발굴해 전문적인 상담과 함께 주거·취업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더욱 확대해, 청소년들이 보다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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