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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보험 공공성 강화, 실효성 있는 해법을 모색하다

동사협 0 45 04.23 09:10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2월 4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장기요양보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거대 자본의 유입과 영리 비중 증가로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는 장기요양보험 시장의 현황을 점검하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진행됐다. 특히, 정부의 요양시설 임차 허용 방안과 이에 따른 제도적 문제점, 영리성 확대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 및 공공성 약화 문제 등이 주요 논의주제로 다뤄졌다.

토론회에서는 고려대학교 김윤태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건국대학교 이미진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이미영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해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었다.

“임차 허용이 공공성 위협…신중한 접근과 대안 모색해야”

이미진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의 문제점과 정책 제언’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현재 노인복지법은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금지하고 있지만, 최근 정부는 공급 부족 문제해결을 위해 임차 허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임차허용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 번째 문제점으로 “임차 허용은 재가복지 (Aging in Place, AIP) 정책과 상충된다”고 강조했다. “AIP는 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오래도록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인데, 임차 허용은 시설의 난립을 초래해 재가복지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임차 허용은 시설의 소유와 운영을 분리시켜 금융자본의 진출을 촉진할 수 있다”며 “이는 시설을 부동산 투자 대상으로 전락시켜 서비스 질 저하, 시장 독점, 영세사업자 도산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요양시설의 파산과 서비스 질 저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어 “임차시설은 경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임차로 인한 폐업률이 높아지면서 노인들의 주거 안정성은 물론, 종사자의 고용 안정성도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임차가 허용된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의 폐업률은 일반 요양 시설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화는 시장 지배력 증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임차 허용은 시설의 매각과 매입을 용이하게 해 특정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요양업계 1위였던 서던크로스 사례처럼, 특정 기업의 독과점이 발생하면 관리·감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정책적 제언으로는 “노인복지법에 임차불허를 명시해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고, 공급 부족지역에는 국공립 및 비영리시설 확충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역별 총량 규제정책 도입과 사회적 경제조직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가가 높은 지역에는 국공립 및 비영리시설 설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역 상황에 따라 어린이집 등의 기존 시설을 노인요양시설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될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발제를 마치면서 “장기요양시설의 임차허용은 단기적으로 공급 확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대자본 유입, 지역 불균형과 공공성 약화 우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미영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에 거대자본 유입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2025년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인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거대자본의 유입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서비스 이용 감소라는 특수 상황 때문이었다”며 “노인 인구와 장기요양 인정자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재정 적자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인요양시설의 공급이 집중되고 있으며, 이는 지방의 서비스 질 저하와 지역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또한 “거대자본이 노인요양시설에 진입하면 민영화와 금융화가 촉진되고, 이로 인해 소규모 사업자의 도산과 서비스 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책적 대안으로 △폐교 등 공공 인프라를 활용한 노인시설 확충 △공유재산법 개정을 통한 공공성 강화 △국공립 및 비영리 시설에 대한 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그는 “노인복지에 있어 다양한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노인 인구의 급증에 대비해 장기적인 재정 계획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간자본의 무분별한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며, 이용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민영화와 금융화에 대한 충분한 검토·논의와 함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공립시설 확충과 통합재가서비스 활성화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동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종림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최고전문위원회 부위원장, 이윤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도균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동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요양시설임차 허용과 장기요양시장의 금융화가 공공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 제34조는 국가가 사회보장과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장기요양제도는 이러한 헌법적 책무에 따라 공공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인요양시설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주거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임차 허용은 시설 설치와 폐업을 빈번하게 만들어 공공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년기 진입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임차 허용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어 국공립시설 확대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주장했다.

또한 “임차 허용이 불가피할 경우, 일부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비영리법인에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노인들의 주거 안정성과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장기요양기관 평가 제도 강화, 지자체 인증제도 확대,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단순히 시설을 확대하기보다는 서비스 질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종림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최고전문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이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본질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16년이 지나면서 이미 인프라가 구축됐으며, 현재 공급 부족 문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민간 중심으로 변화하면 보험사와 금융회사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시장에 진입해 서비스 질 저하와 시장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임차 허용은 서비스 시장화와 산업화를 촉진해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시설 난립, 재정 악화, 서비스 양극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 노인요양시설의 공실률이 20%에 이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폐업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공급 확대보다는 질적 서비스향상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며, 국공립시설 확충과 통합재가서비스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장기요양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인력수급 대책 마련과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충분한 연구·의견 수렴 통해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해야

이윤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돌봄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공적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 인구 증가로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 증가로 돌봄 수요가 심화되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요양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오면서 공공성 확보에 한계를 보여왔다”며 “민간기관은 이윤 창출을 우선시해 서비스 질 저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장기요양서비스는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해 이용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서비스 질의 편차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관은 “정부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통해 공급 부족 지역에서 임차 허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서비스 질 저하, 공공성 약화, 노인 주거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차 허용은 중증환자의 전원 문제 등 안전성문제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시설 확충이 필요하며, 임차 허용은 일부 지역에 한정해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요양보험 민영화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도균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은 “현재 수요 대비 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특정 지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불균형 해소가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장기요양제도 도입 초기에도 임차를 활용했으나 여러 문제점으로 제한하게 되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임차 허용은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허용이 필요한 지역을 신중히 선정하고, 세부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차 허용으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와 금융화 촉진 등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발제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제도의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공공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율해 나가겠다”면서 “노인들의 주거 안정성과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와 검토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곽대경 기자
bokjitimes@ssnkorea.or.kr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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