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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국가 자폐증 전략 발표…포용과 지원 강화 나선다

동사협 0 44 04.23 09:09

지난 1월, 연방정부는 호주 최초로 국가 자폐증 전략(National Autism Strategy 2025-2031, 이하 ‘전략’)과 1차 실행 계획(First Action Plan 2025-2026, 이하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과 실행 계획은 호주 사회 전반에 자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폐인이 교육, 고용,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면하는 장벽을 허물어 삶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도 불리는 자폐증은 사람들의 행동과 주변 세계와의 상호작용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평생 질환이다. 자폐인은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제한적이거나 반복적인 관심사와 행동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는 자폐증이 각 개인에게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의 ‘2022년 호주 내 자폐증(Autism in Australia,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호주 전체 인구의 1.1%에 해당하는 29만900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이는 2018년 20만5200명보다 약 41.8% 증가한 수치다.

이 보고서에 앞서 2019년 11월 27일, 국회 상원은 자폐증 선정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위원회는 2022년 3월 25일 개인과 가족 중심의 국가 자폐증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전략 수립에 대한 논의는 사회서비스부 장관의 감독과 국가 자폐증 전략 감독 위원회의 주도 아래 진행됐으며,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자폐인 및 자폐 공동체(community)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2024년 4월 2일, 국가 자폐증 전략 초안이 발표됐다. 이후 8주간 진행된 피드백 기간 동안 1300명이 참여했으며, 이를 반영해 전략 초안을 수정하고 1차 실행 계획 초안을 개발했다. 최종 검토를 거친 뒤, 연방정부는 2025년 1월 국가 자폐증 전략과 1차 실행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호주 사회에서 장애인의 삶 개선을 위한 과제

이 전략은 7년 동안 모든 자폐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 프레임워크다. 자폐인이 직면하는 제도적 장벽을 허물고 전반적인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사회적 포용, 경제적 포용, 진단·서비스·지원, 신체 및 정신건강을 개선 영역으로 선정했으며, 이에 따라 22개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포용은 모든 사람이 사회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으로, 배움과 교류, 협업, 의사 표현의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경제적포용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 특히 빈곤층이나 사회적 약자가 직원, 리더, 소비자, 기업가 등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시장 기회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고용과 재정적 안정은 자폐인에게 일자리와 직업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에 맞는 적절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다. 자폐증 진단은 의료 전문가가 사회적 의사소통, 행동 패턴, 특정한 관심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루어진다.

1차 의료인은 신경 발달 차이 및 장애 평가 경험이 있는 전문 의료진에게 의뢰하는 첫 번째 접점 역할을 한다. 평가 의뢰 후, 자폐인과 가족, 보호자, 지원 네트워크는 적시에 종합적인 평가를 받고, 개별적 필요에 맞는 지원 서비스를 의뢰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식별, 평가 및 진단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특히 긴 대기 시간과 높은 비용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폐인의 신체 및 정신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 및 노인복지부가 주도하여 ‘자폐 건강 로드맵’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 시스템에서 자폐인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계로 보는 전략 수립의 필요성

[그림] 호주 가정에 거주하고 있는 15세 이상 자폐인, 장애인, 비장애인의 최종 학력 수준

[그림] 호주 가정에 거주하고 있는 15세 이상 자폐인, 장애인, 비장애인의 최종 학력 수준



전략과 실행 계획 수립의 근거는 앞서 언급한 통계청 보고서와 호주 의회의 ‘호주 자폐인을 위한 서비스, 지원과 삶의 결과(Services, Support and Life Outcomes for Autistic Australians)’ 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세에서 20세 사이의 자폐 아동 중 68.9%가 학교나 교육 기관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사 학위 이상을 취득한 비율은 비장애인(35.3%)과 장애인(19.7%)에 비해 자폐인의 경우 5.2%로 현저히 낮다. 또한, 근로 연령대 자폐인의 실업률은 18.2%로, 이는 장애인(7.5%)보다 2배 이상, 비장애인(3.1%)보다 약 6배 높은 수준이다. 더불어 자폐성 장애인의 노동력 참여율은 약 50%로, 장애인(약 60%)과 비장애인(약 85%)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 성과를 보인다.

자폐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적절한 지원과 서비스를 찾고, 신청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여러 자폐증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자폐 진단 과정에서 상당한 지연이 발생하며, 최소 대기 기간이 3개월에 이르고 공공 의료 체계에서의 평가 대기 기간은 평균16주에 달한다.

자폐인은 일반인보다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2.5배 높으며, 신체적·성적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고 반복적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위험도 높다. 또한, 노숙인이 될 확률이 높으며, 사법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장벽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적인 조치가 요구되는 실행 계획

연방정부는 4230만 달러의 자금을 실행 계획에 투입하여 향후 2년간 전략의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전략의 22개 상위공약에 대해 자폐인과 그 가족 및 보호자가 정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분야에 대한 것이다.

일부 조치들은 자폐인과 그 가족, 보호자의 삶에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지원 방안을 포함하며,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이러한 조치들은 주로 서비스 제공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4년간 1990만 달러를 지원하여, 자폐인이 공감하는 그룹에서 생생한 경험에 따른 지식과 공감, 문화적으로 맞춤화된 조언을 제공하는 ‘동료 지원 프로그램(peer support program)’을 운영한다.

• 새로운 인식 개선 및 교육 시행에 2년간 91만5000달러를 지원하여 자폐증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인식과 수용성을 강화한다.

• 자폐증 환자와 그 가족에게 진단 전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 자원을 마련하여 2025~2026년 동안 45만 5000달러를 투자해 진단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 자폐인의 의미 있는 고용 기회를 확대하고 관련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년간 91만5000달러를 투입해 고용 경로를 개선한다.

• 신경 다양성(neurodiversity) 관련 학술 연구를 통해 자폐인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전담 지식 번역 기관에 5년간 1220만 달러를 지원한다.

• 자폐인 및 자폐 공동체와 협력하여 자폐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기존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효과적인 요소, 부족한 부분, 개선의 기회를 분석하는 데 2년간 370만 달러를 투자한다

이외에 다른 조치들은 모범 사례를 확인하고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평가하며, 실행 계획을 통해 수집된 확실한 증거와 자폐인 및 그 공동체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둔다. 이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변화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실행 계획은 정부가 진행 중인 기존 정책 및 조치들과 연계되어 효과적인 추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략의 이행과 모든 조치는 민관 공동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하며, 지속적인 보고, 평가 및 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뒷받침될 것이다.

분야 간 유기적 연결과 종합적 접근 필요

전략과 실행 계획에서 중점적인 사항은 자폐인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각 영역을 개선하는 데 민관 거버넌스가 협력하지만, 연방정부를 비롯해 주·지방정부의 역할과 조치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자폐인이자 전략 감독 위원회 공동 의장인 클레어 지벨리니는 ABC(Australian Broadcasting orporation) 뉴스를 통해 “이것은 자폐인을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기반으로 한 관점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주 심리학회(Australian Psychological Society)는 “심리학자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정책 문서가 아니다. 이는체계적 장벽을 해결하고, 자폐인이 충만하고 의미 있으며 힘이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드맵이다”라고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지지자(옹호자, advocate)들은 이 전략이 달성할 수 있는 성과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호주 자폐증 인식 개선 단체(Autism Awareness Australia)의 최고경영자인 니콜 로저슨은 ABC 라디오 시드니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략이 교육이라는 중요한 영역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폐 아동들이 공교육을 받는 13년 동안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면 취업 기회를 얻기 어려울 텐데, 단지 취업 기회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결국 자폐인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교육, 고용, 사회적 지원 등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특정 영역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건준 호주 해외통신원
bokjitimes@ssnkorea.or.kr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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